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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한 취미 & 비주류 스포츠 탐방

세팍타크로(Sepak Takraw): 공중에서 펼쳐지는 동남아 전통 스포츠의 짜릿한 비행

by adviser-blog 2025. 2. 21.

맨발로 하는 배구? 세팍타크로의 정체

세팍타크로(Sepak Takraw)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래한 독특한 스포츠로, 한마디로 말하면 ‘발로 하는 배구’로 비유할 수 있다. 양 팀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라탄(Reed) 공을 오로지 발·머리·어깨로만 받아넘기며,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공중에서 플레이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손이 아닌 몸의 하체와 머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구기 종목과는 또 다른 재미와 난이도가 공존한다. 동남아권에서는 길거리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스포츠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다. 그럼에도, 공중에서 펼쳐지는 묘기에 가까운 기술과 정교한 팀워크 덕분에, ‘비주류지만 독보적’인 스포츠로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놀이에서 국제 스포츠로

세팍타크로의 뿌리는 오랜 세월 전,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즐겨 하던 원시형 놀이 “Sepak Raga”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동그란 라탄 볼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발재간을 펼쳤던 문화가,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조금씩 발전해 온 것이다. 현대식 규칙이 정립된 것은 1960~1970년대를 거치면서이며, 이후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안 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국제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국가대표 팀을 운영할 만큼 인기가 높고, 현지에서는 세팍타크로 리그나 지역 대회도 수시로 열린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그 현란한 발기술을 구경하고 감탄하는 경우도 많아,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경기 방식과 황홀한 묘기 퍼포먼스

세팍타크로 경기는 네트가 설치된 코트 위에서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치른다. 서브(Serve)는 ‘토서(Toe Serve)’라고 불리는데, 마치 발가락으로 공을 튕겨 올리는 듯한 독특한 동작이 특징이다. 코트 반대편으로 공을 넘긴 뒤에는, 상대 팀에서 머리·가슴·어깨·발을 사용해 공을 받아올려 다시 네트 너머로 보내야 한다. 공이 땅에 닿거나 포인트가 획득될 때까지 랠리가 이어지는데, 공을 유지하며 화려한 발차기 스파이크를 노리는 순간이 이 경기의 백미다.

특히 서브를 받은 팀에서 공을 올리고, 스파이크를 시도하는 찰나에 보이는 몸동작은 말 그대로 묘기 수준이다. 거의 공중제비에 가까운 회전 몸놀림으로 라탄 공을 강하게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처럼 발·다리·머리로만 공을 다루어야 하기에, 선수들의 유연성과 근력,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고 훈련 강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 화려함과 미학적 요소가 큰 감동을 선사해, ‘아크로바틱 축구’ 혹은 ‘공중 발리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스포츠인가 예술인가: 기술의 정교함

세팍타크로를 보면, 경기를 넘어 마치 무술 공연이나 서커스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많다. 선수들은 엄청난 유연성과 순발력을 발휘해 360도 돌거나, 몸을 접었다 폈다가 하면서 공에 정확히 접촉한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근육의 힘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타이밍과 팀원 간의 합이 필수적이다. 세팍타크로에서 한 번의 스파이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토서’로 서브할 때의 각도와 회전, 리시브의 정확도, 마지막으로 스파이커의 공중 제어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에서는 세팍타크로를 응원하며 이를 ‘국가적 자랑’으로 여길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선수들이 펼치는 묘기 같은 플레이를 방송 중계에서 느린 화면으로 재생하면, 근육의 움직임과 공의 궤적이 하나하나 예술처럼 보일 정도다. 비주류 스포츠지만, 예술적 가치와 운동 능력을 동시에 발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비와 기본 기술

라탄 공은 세팍타크로의 상징적인 도구다. 현대에는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 재질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대나무나 등나무 등을 얇게 가공해 공 모양으로 엮어 만든다. 이 공의 가벼운 무게와 통기성은 높은 탄성과 독특한 바운스를 만들어낸다. 선수들은 맨발이나 얇은 신발을 착용해 발끝의 감각을 최대치로 살리면서 공을 컨트롤한다.

팀 포지션은 크게 토서(서버), 스트라이커(스파이커), 그리고 리시버(수비 겸 세터) 정도로 구분된다. 토서는 각종 회전 서브 기술을 갖추어 상대 팀을 당황하게 하고, 리시버는 공을 안정적으로 받아올려 스파이크 기회를 만든다. 스트라이커는 찬스 볼이 오면 공중에서 공격을 결정짓는다. 훈련 과정은 하체 근력 강화, 관절 유연성, 착지 동작, 그리고 미세한 발 컨트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세팍타크로(Sepak Takraw): 공중에서 펼쳐지는 동남아 전통 스포츠의 짜릿한 비행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동남아의 매력

 

아직 세팍타크로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만 활발하지만, 국제 대회 출전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학교 체육 프로그램으로 세팍타크로를 도입하기도 하며, 인터넷에 퍼진 경기 영상 덕에 서양권에서도 점차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아시안 게임이나 국제 대회를 통해 세팍타크로를 접한 뒤, 동호회나 세미 프로팀이 생겨나는 등 새로운 유입이 일어나고 있다.

SNS 시대에서 바이럴을 통해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 공중제비 스파이크 같은 ‘비범한 장면’이 짧은 클립으로 공유되며, “저런 축구나 배구는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식이다. 이처럼 시각적 재미가 크고, 상대적으로 장비나 환경이 크게 제한되지 않아, 미래 잠재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면에서는 케이팝처럼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도전해 볼만한 비주류 스포츠

세팍타크로는 처음 보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 많지만, 기초 단계는 의외로 단순한 ‘발 리프팅’부터 시작한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몇 번만 차올리는 연습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후 발목으로 공의 위치를 조절하는 감각이 붙으면, 친구들과 간단한 네트 플레이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물론 본격적인 경기 수준이 되려면 꾸준한 체력 단련과 기술 훈련이 필요하지만, 비주류 스포츠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만 있다면 도전해 보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종목이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과 현대 스포츠 정신이 만나 탄생한 세팍타크로는 그 자체로 독특한 문화적 가치가 있다. 공중을 가르는 발차기의 미학, 발끝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적 컨트롤, 그리고 팀워크와 기술의 정교함—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세팍타크로는 “이색적이고 짜릿한” 스포츠라는 수식어에 손색이 없다. 만약 발을 사용한 신선한 구기 종목을 원한다면, 세팍타크로의 매력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